*|MC:SUBJECT|*

한국의 장수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를 안다면 아마 이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 같아.

© MBC <나 혼자 산다>

원더걸스 소희

Good morning!

안녕! 한국의 소식을 전하는 유행의 민지야. 왜 나라마다 그런 거 하나씩 있지 않아? 외국인한테는 꼭 권하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평소에 거의 안 먹는 음식. 벌써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는 네 모습이 눈에 훤한걸?

흔히 ‘옛날 과자’라고 하지

‘소희’가 먹은 약과도 한국에서 그런 종류의 음식에 가까웠어. 유명한 전통 과자지만 일상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 젊고 힙한 것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었고. 그런데 말야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단 하나의 디저트를 고르라고 한다면 그건 바로 약과야!


사실 나는 요즘 약과가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조금 의아했어. 왜냐하면 나는 어려서부터 쭉 약과를 좋아했거든! 명절에도 할머니가 나를 위해 특별히 약과를 넉넉히 사다 두실 정도였지. 그러면서 어린 아이가 약과를 좋아하는 게 신기하다고 말씀하셨어. 그만큼 약과는 ‘옛날 과자’ ‘어른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거야.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지.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구하기 힘든 약과를 꺼내는 순간 바로 힙스터 등극이야.

내 정신 좀 봐, 뭔지 보여줄게!

내가 오늘 아침에 먹은 약과

© HR

약과는 보통 이렇게 생겼어. 밀가루에 꿀과 술을 넣고 반죽한 다음 틀로 찍어서 모양을 내고 튀겨서 만들어. 만드는 방법만 들어도 끈적한 맛이 느껴지지?🤭 ‘약’은 Medicne이라는 뜻이고 ‘과’는 Cookie라는 뜻인데 예전에는 꿀이 귀하고 몸에도 좋으니까 약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해. 꿀로 만드는 약과의 단맛은 다른 디저트들과는 확실히 색다른 단맛이 있어. 때문에 아이스크림이나 잼 같이 또 다른 단맛과 조합해서 먹어도 맛있어!


최근에 약과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팔던 특이한 모양의 약과들도 더 널리 알려지고, 새로운 모양의 약과가 개발되기도 하면서 시중에 파는 약과의 생김새가 좀 더 다양해졌어. 최근에 가장 핫한 건 ‘파지 약과’라고, 부서진 약과들을 모아서 파는 제품이야. 약과는 특유의 꾸덕하고 눅진한 맛이 매력이다보니 단면이 보이도록 부서져 있을 때 더욱 식욕을 자극해서 인기를 끄는 것 같아.

네이버 쇼핑 스크린 캡쳐

부서진 약과, ‘파지 약과’ 사진이야

© 장인, 더 instagram

약과의 친구와 사촌들도 잘나가고 있어!

약과와 함께 흑임자, 팥, 고구마 등의 전통적 식재료로 만든 디저트들도 유행하고 있어. 이런 디저트들을 즐겨 먹는 한국의 MZ세대를 ‘할매니얼’(할매(할머니) +밀레니얼)이라고 부르기도 해.

투썸플레이스

그런데 도대체 약과는 왜 유행하기 시작한 걸까? 파티셰로 일하는 내 친구 윤정(Yoonjeong @choueat_bakingstudio)과 나눈 이야기 중 재밌는 내용들이 있어서 특별히 들려줄게!


안녕, 민지 친구 윤정이라고 해! 서울에서 파티셰로 일하고 있어.

약과의 유행은 넓게 보면 뉴트로의 한 갈래라고 생각해. 옛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하는 걸 즐기는 요즘 트렌드에 약과가 딱 맞아떨어진 거지! 거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바로 약과가 원래 완전 한국인들의 디저트 취향 그 자체라는 거야. 티라미수, 타르트, 마카롱 같은 외국 디저트들이 한국에서 대중화된 과정을 살펴보면 그것들 모두 오리지널에 비해 묵직하고 꾸덕한 스타일이 선호된 경향이 있어. 나도 레시피 만들 때 그런 점을 반영하기도 해. 그런 한국인의 입맛을 가장 잘 반영한 디저트로서 약과가 가까이에 있었던 거지!


최근엔 휘낭시에나 쿠키 같은 서양 디저트에 약과를 토핑으로 올리거나 그것들을 약과 스타일로 만드는 것도 파티셰들 사이에 큰 유행이야. 밀가루 반죽을 바삭하게 튀겨서 시럽에나 꿀에 담근 것들은 모두 약과의 사촌이라고 볼 수 있어. 인도의 굴립자문, 튀르키예의 툴룸바, 서양식 글레이즈드 도넛 정도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아. 한국 과자 '엄마손 파이'를 이용해 약과를 만드는 레시피도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추천할게!

다음 ‘약과’는 무엇일지 미리 한번 맞춰볼까?

나는 약과가 부모님의 옷장에서 찾은 가죽 자켓 같은 거라고 생각해. 투박하고 오래돼서 촌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시기와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언제든지 힙한 아이템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지. 혹시 옛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일상에서 즐기지 못하는 음식이나 문화가 있지 않은지 살펴보면 어때? 그것들 중에 우리가 곧 ‘힙하다’고 할 것들이 숨어있을지 몰라. 그런 걸 떠올리게 되면 꼭 나에게도 알려주길 바랄게!

오늘 뉴스레터의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눈치챘어?

한국어 표현 중에 ‘그 정도면 약과’라는 말이 있는데 ‘그만하면 다행’이라는 의미야. 얼핏 오늘 소개한 약과와는 상관없는 동음이의어인가 싶겠지만 놀랍게도 둘은 같은 단어가 맞아. 옛날에 약과가 정말 귀했을 때는 제사를 위해 조금 만든 약과를 손님이 몇 개씩 먹어버리면 집 주인이 속이 상하기도 했대. 그럴 때 그 손님이 다른 것까지 손 안 대고 약과만 먹으니 다행이라고 위안 삼던 것이 ‘그 정도면 약과’라는 말로 굳어진 거야. 재밌는 표현이지? 그러니까 한국 친구가 약과를 권하거나 선물하면 너를 그만큼 귀한 손님으로 여긴다는 걸 기억해줘.

오늘 유행 어땠어?

재밌었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답장보내줄래?

그냥 ‘민지 왔다감’이라고 남겨줘도 좋아!🤣

민지[Minji]한테 답장 보내기

유행 슬랙 참여하기

유행을 구독하는 구독자 친구들하고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고 싶어서 슬랙 채널을 만들었어! 한국 트렌드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것이야말로 정말 힙하지 않아? ‘How to use’ 채널에서 공지사항 읽고 ‘Open forum’에서 인사 남겨줘! 나뿐만 아니라, 유행 크루 멤버들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유행 슬랙 참여하기

2주에 한 번 월요일에 만나!